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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몰카하다 - 11부

호치민 0 46 0 0
아내는 다음날 늦게야 일어났다.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자국이 얼룩져있었다. 터덜거리며 욕실에 들어간 아내는 한참을 씻고 또 씻었다. 밖에서 그 모습을 보던 내 마음이 아팠다.



씻고 나온 아내가 내 앞에 앉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빠…… 어제 어떻게 되었어?”



“으응. 합의 보고 왔어.”



“….”



“오빠……. 권씨라는 그 사람이 뭐라고 안 했어? 오빠. 그 인간이 뭐라고 하든 믿으면 안돼. 나 정말…… 정말……흑흑……”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떨었을까?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질투, 그리고 흥분, 분노 등 별의별 감정이 올라와 머리가 복잡해졌다. 울고 있는 아내의 모습 위로 어제 검사실에서의 아내가 겹쳐 보였다.



“권씨랑은 말도 안 섞었어. 경찰이랑 그 신고했다는 여학생이랑만 얘기했어. 권씨가 화장실로 쳐들어와서 네 치마를 찢었다며. 경찰이 바로 와서 다행이지. 그 사이에 별 일 없었지?”



“으……응…… 경찰이…… 바로 와서 치마만 찢기고…… 내가 소리지르니까 당황하더라구…… 그러는 사이에 구출돼서 다행이야……”



“으…응….그래…. 다행이네…”



바로 오긴 뭘 바로 왔는가. 별 일이 없었다구? 어제 하루 종일 별 일이 너무도 많았다.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하는 아내가 낯설어 보였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밝히는 년이라고 소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참아야 한다. 참고 참으면 아내가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아내는 그 일이 있은 후 꽤나 오랫동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와의 섹스도 기피하였다. 이런 젠장. 권씨와의 일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나보다.



내가 아내를 철근에게 주려 했던 것은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강한 수컷의 품에 으스러지도록 흥분에 몸서리치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나는 총각시절 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며 신물 나게 섹스를 해보았고 결론은 아내라는 것을 깨닫고 아내에게 정착했다. 그러나 아내는 달랐다. 보수적인 집안에, 내 여자친구로, 그리고 내 아내로 꽃다운 스무살부터 지금껏 살아왔다.



내가 맛본 여자들의 섹스는 모두 그 맛이 달랐다. 너덜너덜한 여자. 소리가 큰 여자. 허리가 매력적인 여자. 유연한 여자. 물많은 여자. 더럽게 맛없는 여자. 그 하나하나 너무도 달랐지만 아내와의 무미건조했던 섹스가 오히려 내게는 집 같은 곳이었다. 심심해서 나가서 놀고 싶지만 나가보면 알게 되는 곳. 집이 최고이고 나가봤자 개고생.



그렇다면 남자도 그렇지 않을까. 잘하는 놈, 못하는 놈, 빨리 끝내는 놈, 못 끝내는 놈. 힘 좋은 놈, 더러운 놈, 변태 같은 놈. 그 맛이 다 다를 것이다. 왠지 평생 나 하나만 맛보다 끝나는 아내 인생도 불쌍했다.



아내가 원한다면 하늘의 별도 떠다 줄 수 있는데 그깟 수컷의 대물 하나 못 구해주겠는가.



그래서 더 권씨가 싫어졌다. 아내를 너 먹어라…하고 던져주는 그런 방법은 나도 못할 짓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면 아내가 받는 정신적 충격도 대단할 것이다. 남편에게는 조신하고 집에서는 현모양처였지만, 나가면 누구보다 자존심이 세고 당당한 아내였다. 무참히 그것이 단숨에 짓밟힌다면 폐인이 되고 말 것이다.



아내의 본모습을 확인하고도 나는 끝내 방법을 찾지 못하고 끙끙대었다. 철근이의 남근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후에는 아내의 본성이 깨어나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것인데……



……………………



그렇게 고민하던 중, 힌트는 우연에서 튀어나왔다. 원하면 하늘은 길을 열어준댔나.



직장이 끝나고 집으로 발걸음을 바삐 옮기던 중, 우리 아파트에 어느 집이 이사가 오는 것을 발견했다. 온통 가구가 분홍색에 제일 화려한 가구는 침대도 아니고 탁자도 아닌 화장대였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인가. 누군가 나를 불렀다. 옛 기억을 치는 여자 목소리였다.



“민철이 오빳! 오빠 맞지?”



뒤를 돌아보니 대학 후배였던 현아였다.

현아는 우리 대학의 퀸이었다. 갈색 생머리에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와 당시 인기 최고였던 이효리가 연상되는 미모.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에 글래머러스한 가슴. 무엇보다 그녀가 웃을 때 만들어지는 눈웃음이 뭇 남성들의 넋을 빼놓았다.



현아는 인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남자친구를 한 달에 한번씩 갈아치웠다. 헥헥 거리며 꽃을 들고 고백하는 남자들 중 재밌어보이는 남자 하나 고르면 되는 애였다. 그러다 걸린 게 나였다. 아내와 사귀던 나는 흥미거리를 찾고 있었고 당연히 현아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술 한잔 마시다 키스를 하였고 바로 그 날 내 자취방에서 내 위에 올라타 신음하는 현아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만에 난 현아를 찼다. 어이없어 하는 현아에게 나는 너 같이 얼굴만 예뻐서 얼굴만 믿고 까부는 여자는 딱 질색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물론 아내는 이 과정을 모른 채. 현아는 자신을 먼저 찬 나를 두고 이를 갈았고 이후 과 모임에서 툭하면 내 옆에 앉아 스킨쉽에, 애교를 날리며 나를 다시 자기 아래 굴복시키려 했다.



나야 아내가 좋았기 때문에 콧방귀를 뀌었고, 모임에서 내 옆에 있던 아내는 유독 알랑거리는 현아를 눈에 가시처럼 여긴 것은 당연했다.



“오빠 오랜만이넹. 호호~ 여전히 멋있구나~ 결혼했다며?”



“어…엉…. 너 여기로 이사온거야? 나도 여기 사는데.”



“어머~ 그랭? 우연도 어쩜~~ 옛날 생각나서 설레는데~”



이 여자는 하나도 안 변했다. 옷 꼬라지 하고는…… 누가 보면 술집 나가는 줄 알겠다. 잠시 서서 근황을 물어보니 여전히 남자 갈아치우고 클럽 뛰고 그러면서 화려한 싱글로 살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네가 어딜 가겠냐.



내 손을 잡고 반갑다고 호들갑을 떠는 현아를 떼어놓고 오느냐 귀찮았다. 요새 머리 아픈데 귀찮은 일까지 생겼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현아가 같은 아파트에 이사 왔다고 말하니 아내가 잔뜩 찌푸렸다. 내게 은근 슬쩍 팔짱을 끼고 내 팔에 큰 유방을 은근히 눌러대는, 그 여자후배를 아내가 잊을 리 만무하다.



“진짜? 그래서 인사했어? 결혼했대?”



결혼 안 한 싱글녀라고 하니까 더욱 표정이 안 좋다.



“히잉….하필 왜 이 아파트야. 자기….. 걔랑 말도 섞어도 안돼! 알았지?”



“어떻게 모른척 하고 지내냐.”



“안돼. 안된다니까.”



“야 걔는 몇살이 더 먹었는데 더 예뻐졌더라. 이사하는 데 우리 아파트 남자들이 도와주겠다고 여기저기 나서는 데 역시…… 그 와중에 나한테 인사하니까 남자들 시선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하하하”



“으이구!!! 하여튼 남자들은 그 불여우의 진면목을 모른다니까. 아무튼 우린 모르는 사람인거야! 알았지?”



질투하는 아내가 귀여웠다.



그 순간 방법이 떠올랐다.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아내는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여자였다. 물론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성격이 베이스이지만 스스로를 아끼는 스타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내에서 그녀에게 대쉬하는 남자만 해도 셀 수 없었고 그녀는 학교에서 현아와는 또 다른 공주였다.



그러다 나에게 빠진 것은 어쩌면 소개팅에서 보여준 나의 무미건조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 당시 쑥스러움이 많았던 나는 아내의 첫모습에 이미 빠졌지만 끝내 쿨한 척을 하였다. 아내는 가지고 싶은 게 있음 승부욕이 발동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그런 내 태도에 안달이나 나에게 대쉬를 하였다. 덕분에 연애 초기 밀고 당기고 하는 것 없이 여유있게 아내를 안달복달 애 태우다 못내 사귀는 척했다. 물론 속으로야 만세 삼창, 아니 만창은 하였고. 후후.



…………….



사실 사람이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배신의 결과물로 얻는 달콤한 과실이라는 목적.

그리고 자신이 배신 할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납득 가능한 이유.



배신으로 얻는 결과물이 주는 달콤함만으로 배신을 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그런 그들조차 물어보면 변명거리가 다 있다. 결국 자신만은 자신을 비하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완용에게는 친일을 함으로써 얻는 부와 권력이 결국 배신의 목적이었지만 스스로 일본과의 합병이 조선을 구하는 길이라고 믿지 않았는가.



아내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했다. 이미 과실 맛은 잔뜩 맛보았다. 그러나 고고한 그 자존심과 자존감. 그것을 피할 변명거리만 던져주면 되었다.



……………………..



그 후 물론 난 나도 싫어하는 현아를 멀리하고 인사도 잘 안 했다. 아내에게도 현아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아내도 현아를 잊은 듯 했고 경계를 푸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컴퓨터 화면을 일부러 열어놓고 출근을 하였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자, 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아내는 베란다에 서서 아무 말없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척하고 샤워를 하였다.



컴퓨터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 이메일함이 열려있었다.



……………………..

보낸이: 성현아

받는이: 김민철



오빠. 오늘 이렇게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

사실 오빠를 보는 순간 옛날 생각에 잠시 빠져버렸어. 우리 대학 다닐 때 기억나?

오빠는 윤지언니랑 사귀고 있었지만 나를 언제나 뜨겁게 바라보았잖아. 나는 기억나. 어느새 우리는 오빠 방에서 키스를 했잖아. 그 뜨거웠던 밤을 어떻게 잊겠어.

오빠도 기억나지?



아 오빠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설렌다.



…………………………………………………………..



물론 현아가 보낸 내용은 아니었다. 현아 메일을 가장하여 내 메일함으로 내가 쓴 것이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심각한 얼굴로 저녁을 차려주고는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잤다. 아내는 나에게 평생 자기밖에 없다고 믿고 살아왔다. 꽤나 충격이 큰 것 같았다.



일이 커지면 복잡해 지기 때문에 이후 그와 같은 메일 장난은 치질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한동안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내는 마음에 그런 게 걸리면 오래 참지 못했다. 어느 날 아내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빠…. 현아가 메일 보냈더라?”



“으….으응? 무슨 메일?”



“메일 나도 봤어. 오빠 그런 남자인줄 몰랐어. 연애할 때 나 두고 바람핀거야?”



나는 놀라는 척을 했다. 바로 현아가 장난치는 것이라고 그랬다.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었다.



“너 현아 걔 알잖아. 걔한테 걸려서 헤어진 커플이 한둘이야. 자기야. 우리는 결혼도 했는데 그러지 말자. 걔 이상한 거 너도 알잖니. 사이좋은 커플만 보면 찢어놓고 이간질하는 거.”



현아의 과거가 있어서 그런지 아내는 내 말을 듣고 자기가 오해한 것 같다고 나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 속에 그 메일은 이미 싹 하나를 심었다.





………………………………







난 드디어 철근을 불렀다.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야 크크 뭔일이냐? 윤지랑 함 하게 해주려구?”



이구…… 저 화상……



“미친 놈.”



“아냐? 그럼 왜 불렀냐? 요새 인사도 잘 안하고 다니던 놈이.”



이 녀석 교육 좀 시켜야겠다. 나는 그동안의 일, 내가 본 것, 그리고 알게 된 것, 그리고 아내로부터 느낀 것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진지하게. 매우 진지하게 아내에게 다른 남자의 맛을 알게 하고 싶다는 나를 보고 철근이 잠시 말을 잃었다.



“야…. 내가 좀 실수를 하긴 했지만, 너 진짜냐? 이거 장난 아닌 거야.”



“나도 알아. 하지만 이제 와서 이러고 살 수는 없는 것도 알아. 너도 윤지 알잖아.”



“그……그래……”



실제 이 일이 현실이 되자 철근은 의외로 심각해졌다. 섹스에 있어서는 징그러운 놈이지만 평소에는 의외로 순박한 놈이다. 주체 못하는 성욕이 어쩌면 그의 비뚤어진 성격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윤지가 너한테 박힌다고 바로 좋다고 너한테 안길 리는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아내를 폐인 만들기도 싫고 아내와 내 가정을 잃기도 싫어. 다만 아내가 자신이 얼마나 야한지, 색기가 넘치는 여자인 줄 알고 그걸 즐길 줄 알았으면 해. 그뿐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나보고 어쩌라구?”



“넌 윤지를 원하고 난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그러니까 나랑 거래하자.



내가 기회를 만들어줄게. 단, 강간은 안돼. 네가 네 능력껏 아내 위에 올라타봐. 단 한번이야. 실패하거나 강간을 하면 네 와이프와 장인에게 윤지와의 일을 바로 알릴 거야.”



“뭐? 야 나보고 그걸 하라구? 네가 지금 나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야?”



“윤지랑 하고 싶으면 그만큼 너도 거는 게 있어야지 않겠어? 내 말 끝까지 들어봐. 네가 성공하면 난 너에게 한 달을 줄게. 단 한 달이야. 그 이후에 아내를 놓아줄 것. 나타나지도 우연히 만나지도 말 것.



그리고 그 한 달 안에 아내를 길들여줘. 자신이 얼마나 음란하고 욕정이 가득 찼는 지 알게 만들라구. 난 한 달 후에 아내랑 섹스를 할거야. 거기에서 난 네 결과물을 보지. 역시 아내를 길들이는 데에 실패하거나, 한 달 이후에도 네가 껄떡대면 역시 네 와이프와 장인에게 검사실에서 찍은 아내와 네 사진을 보낼 거야.”



그런 사진 따윈 없었지만 상관없다. 회사 상관인 장인에다 불 같은 성격의 철근이 와이프다. 게다가 철근이의 과거사를 둘 다 잘 알고 있고 겨우 참아내며 봐주고 있었다. 이번 사건까지 터지면 그 녀석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양육권 뺏기고, 위자료 물어내야 하고, 이혼 당한다. 그야 말로 알거지에 인생 망하는 거다. 병원이라는 곳이 은근 좁은 세계이고 말이 많은 곳이라 장인이 한 번 연락 돌려 놓으면 다른 병원에 취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철근이 내 어이없는 제안에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야……야……그게……머.. 머냐. 네 와이프 일을 공개했다간 너희 집도 파토나고 너도 개망신일걸?”



“흠…… 그렇겠지. 하지만 어차피 난 결과는 같어. 네가 약속을 안 지키면 어차피 내 가정은 무너질 거고 개망신 당할거야. 나 혼자 죽을 것 같아? 왜? 자신 없나 보지? 그렇게 섹스의 화신이라고 자랑질이더니 너도 별 거 아니구나. 그냥 입만 산 비루한 수컷이었어.



철근을 자극하자 철근이 발끈했다.



“좋아. 거래 성립이다. 나도 내 가정과 직장, 아이들 다 건다. 한 달이면 충분해. 아무리 열녀라도 한 달이면 다 색녀가 될거야.”



나와 철근의 위험한 거래는 성립이 되었다.



철근은 연신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자신했지만, 첫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신이 없어했다. 자빠트리는 건 자신 있었지만 내가 절대 강간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아내가 겉으로는 철근을 질색하는 것을 나도, 철근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순수하게 섹스만 잘하는 섹스기계는 내 코치가 필요했다.



꼼꼼히 아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



………………………..



발렌타인 데이가 돌아왔다. 연인의 날.

우리도 연애할 때 살뜰히 챙기던 날이었지만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면서 초콜릿 하나 나눠먹기 힘든, 그냥 20대 어린 애들의 날이었다.



나는 어렵게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그리고 정장을 깔끔히 차려 입고 출근하다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야. 오늘 발렌타인데이 인 거 알고 있지? 내가 좋은 데 예약했으니까 나 퇴근시간 맞추어 회사 앞으로 나와.”



“정~말? 나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어쩌지…”



“네가 선물이지. 애 처가댁에 맡기고 와.”



갑자기 안 하던 느끼한 말까지 던지고 출근을 하였다.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어 병원을 나섰다.



회사가 끝나고 나가자 등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로 돌아보았다. 못 알아보고 지나친 아내를 발견했다. 얇은 코트를 입고 화사하게 다홍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 원피스 아래로 단정한 검은 스타킹을 신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누가 아줌마로 보겠나. 마치 10여년 전 붉은 원피스를 입은 아내를 처음 만난 날, 그 아내의 모습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렇게 예쁜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주다니. 내가 미친 건가. 갑자기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내가 생머리를 흔들며 나에게 종종 걸음으로 달려온다. 취소해야겠다. 철근이에게 전화를 걸고자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철근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친 녀석이 겨울에 달라붙는 트레이닝복에 나시티를 입고 오리털 파카만 위에 걸친 채 달려왔다. 나시티로 드러난 녀석의 팔뚝에 근육이 불끈거렸다.



“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앞에 네가 보이길래. 제수씨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썩을 녀석, 네 헬스장은 길 건너다. 아내가 내게 달려오다 철근을 보고 굳어져 걸음을 멈추었다. 그 녀석이 내가 속삭인다.



“야 이따 알지?. 윤지씨 오늘 되게 예쁘다. 흐흐”



굳어져 멈춰있는 아내를 보자 흥분에 얼굴이 벌개졌다. 잔잔한 떨림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휘감았다. 아내는 속으로 검사실에서, 케이블카에서 자신을 휘감던 흥분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만약 철근이가 성공하면 이 둘은 잠시 후면 섹스를 할 것이다. 밤새 뒤엉켜 좃물과 보짓물을 서로에게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 한복판에서 아내는 그것도 모른 채 단정한 옷차림에 예의를 갖춰 고개 숙여 인사를 하였다. 멈출 수 없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주자.



아내와 다정히 팔짱을 끼고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웨이터가 자리로 안내했다. 적당히 주위에 오픈된 것 같으면서 적당히 가려진 공간. 너무 둘만의 공간은 아내의 경계심만을 올릴 뿐이다. 미리 말해둔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전체요리부터 아내는 너무 맛있다며 신났고 나와 오늘을 기념하며 와인잔으로 건배했다.



“따르릉~”



내 핸드폰이 울렸다. 철근이었다. 나는 모른 체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현아야. 오랜만이야.”



아내가 와인을 마시다 말고 날 째려보았다. 나는 능청스럽게 전화를 혼자 이어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왜 울고 그래?”



“뭐?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우리 병원 응급실에 왔다구? 많이 다쳤어? ……그래그래, 알았어. 내가 바로 갈게”



아내 눈이 동그래지며 나를 쳐다봤다.



“자기야 나 병원에 잠깐만 갔다올게. 현아 걔가 교통사고 나서 우리 병원 응급실에 와있대.”



“근데 오빠가 왜 거길 가?”



“어…그…그게 걔가 서울에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잖아. 게다가 우리 병원이라 내가 아는 의사도 있을 지 모르고. 정 안되면 엑스레이라도 빨리 찍어주면 도움이 될 지 알아. 어떻게 모른 척해.”



“다른 사람 부르라고 그래. 오빠, 오늘 여기서 나 두고 혼자 가겠다고? 진짜루?”



“아 진짜 미안해. 내가 바~루 올게. 좀만 기다리면 안될까.”



“싫어. 빨리 가보지 그래. 난 집에 갈거야.”



아내가 화 난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안돼! 여기 이미 선불 내놓은 데란 말야. 벌써 요리 하나도 먹었고, 지금 와서 취소도 못해.”



“…..”



그때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생겼다.



“어 민철아. 어 제수씨랑 데이트 하나보네. 안녕하세요. 또 뵙습니다. 하하”



그래 그 클클 거리는 웃음소리부터 고치고 말하는 것 잘했다. 철근이였다. 말끔한 정장에 단정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내는 젠틀한 남자를 좋아한다.



철근은 머리도 단정하게 깎고 말끔히 면도도 하고, 향수도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뿌리고, 정장도 단정히 입었다. 또 단정하게 꾸미니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수더분한 인상이 드러나 단정하지만 순진해보이는 남자의 인상을 풍겼다. 덩치가 좋아서 그런지 검은 수트가 당당한 핏을 보여주었다.



“어 철근아 왠일이야.”



“아 오늘 발렌타인 데이라 밥 먹으러 왔지.”



“뭐? 혼자? 와이프는 어디다 두고?”



“어…엉….. 뭐 나랑 내 와이프랑 사이가 그렇지 뭐. 원래 이 날마다 여기서 혼자 밥먹어.”



철근은 약간 슬프지만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녀석도 자신이 이 거래에 걸고 있는 게 있어서 그런지 내가 짜준 각본대로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였다.



“별 이상한 놈 다 있네. 어! 맞다. 잘되었네. 자기야, 철근이랑 얘기하고 있어. 내가 가서 별일 아니면 바로 올게. 잘 되었네. 철근아, 내 꺼 먹고 있어도 돼. 어차피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



당황한 아내를 두고 철근이 등을 두세번 두드리며 격려를 한 뒤 뛰어나갔다. 이제부터는 네 턴이다.



……………………..



그날 밤 나는 병원 당직실에서 잤다. 잠은 당연히 오지 않았다. 12시. 집에 전화를 건다. 아무도 안 받는다.



새벽 2시. 역시 아무도 안받는다.



새벽 4시……..



전화벨만 계속 울리고 아내의 상냥한 목소리가 자동응답기를 통해 들렸다.



새벽 5시…… 나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서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세병을 비워도 말짱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고꾸라져 당직실 침대에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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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달렸으니 잠시 쉬는 편입니다. 꼴리는 장면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런 게 길어지면 안되죠...흠흠....빨리 넘겨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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