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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 14부

호치민 0 83 0 0
그 후로 재미있는 일들이 더러 있었다. 신세준은 나에게 하는 보고에 재미를 붙였는지, 꼬박꼬박 장소와 함께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고했다. 덕분에 신세준과 아내가 일전에 내가 말했던 그 ‘음란한 놀이터’에서 나눈 진득한 섹스를 훔쳐볼 수도 있었고, ‘회사 회식자리에서 한 컷’ 이라며 나에게 찍어 보낸 사진과 10초짜리 짧막한 영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진과 동영상에 찍혀 있는건.... 뭐 당연하게도 ‘그거’였다.



아내가 생각하는 상식의 선은 대관절 어디까지 일까?

하지만 그것보다도, 시간이 흐르고 흐를수록, 조금씩 미묘하게 틀어지는 ‘변화’에 대해서 나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사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자체로 무의미한 일들이었니까. 같은 날의 반복은 꽤나 오래 계속됐다. 그래도 굳이 시간을 정리해 보니, 또 한 1,2 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의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무언가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요즘엔, 문자가 뜸하네?’



하루가 멀다하고 나에게 보내지던 녀석의 문자가, 요즘 들어 뜸하다. 1주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 내내 아예 없을 때도 있었다. 시간을 따로 낼 틈도 없으니 녀석을 직접 만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내 쪽에서 먼저 문자를 보내도 녀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아내를 탐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뭐지? 조금의 여유가 생겼을 때, 나는 전화기를 들고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 나갔다.









“.... 요즘엔 왜 이렇게 연락이 없냐?”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녀석은 나의 전화를 받았다. 한바탕 쏘아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전화를 건 건, 내 스스로가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요즘 아내가 잠자리를 조금씩 거부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아 예, 요즘 감사 시즌이라. 좀 바빴어요. 잘 지내시죠?”



녀석의 말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게 들렸다. 다짜고짜 녀석에게 아내와 무슨일이 있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녀석이 나에게 한 말은 고작.



“아,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 선배님. 죄송해요. 제가 지금 쪼~금 바빠서요. 나중에 꼭 연락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이게 전부였다. 바쁘다는데 방법이 있을까? 나는 먹먹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바지춤에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드릴말씀이라? 그게 뭘까? 한동안 잠잠했던, 나의 나쁜 상상들이 다시금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녀석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온 건, 퇴근 즈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에 대해서 물었는데, 녀석은 의외로 아내가 먼저 퇴근했다고 전해왔다. 자신은 야근을 하는 중이라고.



“그나저나 할 말이 뭐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녀석에게 물었다. 이미 나는 무언가를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다. 뭐 가령, '죄송해요. 과장님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라던지 하는 유형의 것들...



“.... 요즘에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응?



나는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건 미처 내가 대비하지 못한 말이었다.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상한 소문이래야, 뻔하지 않나?



“이상한... 소문이라니? 혹시?”

-예. 뭐, 과장님하고 저에 관한 소문인데..

“야! 임마! 조심했어야지!!”

-아 귀 따가워. 진정하세요. 이러실까봐 일부러 가만히 있었던건데.



어쩐지 녀석은 침착해 보였다. 나와는 너무나 판이하게도.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일부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그런 소문이 도는가 본데, 그냥 걔네 평소 성향이 여직원들 뒤에서 뒷담화하고 그런거 좋아하는 애들이라,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에요.”

-......... 소문이라는게 뭔데?

“아. 별거 없어요. 그냥 누가 저랑 과장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걸 봤나봐요.”

-야, 임마!!!

“아 귀 따가워!!!”



이런 미친놈이. 그거라면 아주 대형사건 아니냐? 왜 그걸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얘기하는 거냐?



“그러니까, 제가 직접 걔네 만나서 얘기해 주었죠. 너희가 생각하는 거 그런거 아니다. 그리고 요즘에 그 까칠한 과장님이랑 나랑 계속 붙어 다니니까, 너희도 그걸 보고 그런가 본데. 심심하면 집에 가서 야동이나 봐라. 뭐 이랬죠. 그러니까 걔네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긴데.”

-정말로?

“네. 정말로. 어차피 걔네가 주저리주저리 거리는 거, 신빙성도 없어요. 여직원이나 다른 직원 분들도 별로 신용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것보다, 과장님이 걱정되서요.”

-무슨 걱정?

“아무래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니까, 일부러 요즘 과장님하고 거리를 두고 있거든요. 게다가 일단 뜬소문이라도 잡고 보자는 주의다 보니. 관심사를 돌리려고 저 한 몸 희생하야, 다른 여직원 하나를 제가 열심히 꼬시고 있거든요.”



그게 어딜 봐서, 네 한 몸 희생하는 거냐. 게다가........ 너 요즘 감산지 뭔지 때문에 바쁘다며?



“그게 효력이 먹혔는지, 당장 오늘만 봐도 직원 애들이 저한테 와서, ‘따 먹었냐?’ 막 이러는데, 후우. 하여튼 수준하고는. 하하하하”

-....................

“........... 죄송해요. 암튼 그래서 그런지, 과장님이 요즘 표정이 안 좋으시더라고요. 괜히 막 저한테 신경질 내시고. 막 짜증내시고. 선배님이 신경 좀 써주세요.”



............................

푸하하하하하! 이 미친놈이 지금 나한테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착각하지마라, 이 똥강아지야. 아내에게 있어, 넌 그저... 그 뭐지? 섹스토이? 뭐 그 정도의 존재감이랄까? 게다가, 나 요즘 지구력도 다시 찾았어. 지구력. 응. 암. 그렇고말고.



“그건... 네가 걱정하지 마라.”

-........ 정말로요?

“........ 정말로.”

-........... 요즘에 과장님이랑 잠자리는 가지세요?



녀석이 갑자기 그런 걸 묻는 바람에 뜨끔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용히 아내와의 마지막 섹스를 생각해 봤다. ............ 언제였지?



“................... 뭐... 뭐 암튼.. 전 야근 때문에 이만.”

-...................



그렇게 전화는 어색하게 끊어졌다. 후우. 이거야 원. 당장 오늘 밤엔 아내를 안아야겠다. 사실 안달이 난 쪽은 언제나 나니까.









“왠.. 왠 술을 이렇게 했어?”



조금 술에 취한 아내가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온 건,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아내는 나를 보고 베시시 웃다가 천천히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며 신세준을 떠올렸지만, 아까 통화한 바로는, 녀석은 야근 때문에..... 게다가 그 후로 나에게 별다른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누구랑 마셨지? 혼자 마셨나?’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일부러 자위도 참았을 정도로 욕구가 꽈악 막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아내는 침대 어디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걸려다가, 아내가 신고 있는 스타킹과 치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입맛을 다셨다. 당장 저 꼴로 혼자 집에 왔으면 분명 위험했을 텐데, 난 어쩐지 그런 생각은 뒷전이었다. 그저 말없이 아내의 곁에 다가가 슬쩍 아내의 발을 매만졌다.



“...............”



킁킁대며 아내의 발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땀에 젖어 조금은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러 왔지만, 며칠을 ‘굶은‘ 나에게 그건 아무래야 상관없었다. 그저 자리에 앉아있는 아내의 허벅지에 손을 밀어 넣고 손끝에 익숙한 감촉이 닿았을 때, 서둘러 아내의 몸에 찐득하게 붙어있는 그 스타킹을 발목까지 긁어내리는 것. 그것만이 내 본능이 시키는 일의 전부였다. 그리고 아내는 거짓말처럼 살짝 자신의 두 다리를 들어 주었다. 나는 서둘러 아내의 땀에 전 스타킹을 완전히 벗겨 내었다. 그리고 언젠가처럼, 그것을 손에 꼭 쥐고 코에 가져다 댔다. 그걸 지켜보던 아내가 베시시 웃고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어깨를 꼬옥 잡았다. 그러자 아내가 스스로 블라우스를 벗기 시작했다. 세준이 녀석이랑 한 참을 못했다더니, 결국 스스로 원하는 건가? 나는 침을 꼴깍 삼켜 넘겼다. 그리고 옷가지를 벗어내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아내와 내가 알몸이 되었다. 시각적인 흥분이 너무 좋아, 나는 일부러 방의 불을 환하게 켜 놓았다. 나의 물건이 발기해서 가볍게 까딱 거리고 있었다. 아내는 술에 취해 풀린 눈으로 나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아내의 얼굴 바로 앞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아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물건을 손으로 꼭 잡고 입에 머금었다. 그래 이거야. 나 너무 오래 참았어.



아내에게 내 물건을 내 맡긴 그 자세가 조금 뻘쭘해서, 나는 슬쩍 아내의 허리 쪽으로 몸을 기울여 누웠다. 그러자 아내가 먼저 가볍게 내 엉덩이와 허벅지에 손을 넣고 슬쩍 끌어 당겼다. 맙소사. 세준이 놈과 ‘육구‘도 한 거야? 난, 그런 얘기는 직접 못 들었는데. 후우. 나중에 혼내줘야지.



아내의 사타구니에 처음으로 내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당연하게도 시큼한 냄새가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내 물건을 핥아대는 아내를 떠올리며, 나는 당연하게도 아내의 은밀한 부분에 혀를 가져다 댔다.



한동안 정신없이 우리는, 서로의 물건을 탐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처음과는 달리 너무나 능숙하게 변해버린 아내의 ‘서비스’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결국 나는 서둘러 아내의 입에서 내 물건을 떼어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과 턱에 늘러 붙는 타액을 손으로 스윽 닦아냈다. 그리고 난, 잘 벌어진 아내의 그곳에 나의 물건을 기워 넣었다.



“윽...”



저릿하다. 완벽한 섹스를, -나는 남들과 달리- 신혼이 아닌, 결혼 후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만끽하고 있다. 많이 늦은 만큼, 그리고 더 없이 흥분되는 만큼, 참지 않을 것이다. 마음껏 아내의 몸을 탐할 것이다.



한참동안 아내의 몸 위에서 허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아내도 간만이라서 그럴까? 오늘은 반응이 제법 있었다. 슬쩍 아내의 얼굴을 쳐다봤다. 술에 취한 얼굴이 벌개져서는 눈을 꼭 감고, 입술까지 꼭 깨물고 있었다. 우와. 최고다. 나는 한 손 가득 아내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아내가 나의 허리춤에 자신의 두 다리를 교차시켰다. 순식간에 나의 물건을 강하게 쪼여오는 아내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알맞게 움직이는 엉덩이의 움직임까지. 최고다. 더 말 할 것이 무엇이랴.



아내의 젖가슴을 베어 물고 침을 잔득 묻혀가며 정신없이 피스톤 운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손은 나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아내의 발가락에 가 있었다. 그래. 더 움직여라. 정신없이. 더 빌빌 꼬아라.



“윽.. 가.. 가겠어.”



본능적으로 허리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머릿속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아내의 교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손가락에서 부딪히는 아내의 발가락이 더욱더 심하게 뒤틀려 갔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기억의 마지막 파편이었다.



나는 더 이상 물건에서 아무것도 나올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동안 계속해서 아내의 은밀한 부분을 내 것으로 두드렸다. 아내는 말없이 내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내의 체취. 항상 진하게 뿌려대는 향수와 땀 냄새가 어우러진 묘한 체취에 나는 중독되듯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아내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계속해서 빨아댔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아내의 몸 위에 누워 있었다. 아내의 입에서 단 한마디가 흘러나올 때까지.



“하아.... 하아.. 세준아...”











잠이 든 아내를 홀로 내버려 두고, 나는 거실에 나와 앉았다. 그리고, 아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결국 참지 못하고 거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세준... 아?’



나는, 아내가 나를 끌어안고 내뱉은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 봤다. 담배를 쉬지 않고 빨아 들였더니, 머리가 띵해졌다. 아니,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지.



담배를 거의 다 피웠을 때, 나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봤다. 아내의 그 한마디는 생각보다 긴 여운을 남겼다. 아내의 몸 위에 누워, 아내로 하여금 그 한 마디를 들었을 때, 나는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 나간다’는 말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아내의 벌어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나의 흔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신의 아내를 홀로 방에 남겨두고 거실까지 나와 있었다.

빨려 들어가는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는 이미 잠들어버린 아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나지막한 세 글자를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 세준.. 아.



큭. 재미있다. 모르겠다. 신세준에게 막연하게 아내를 허락했을 때엔, 글쎄. 그냥 자신이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에 의한, 무얼 위한 자신감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하지만. 하지만, 정작 아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한 마디는 생각보다 너무나 강렬하게, 나를 옭아맸다.



뭐가...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지?









거짓말 같았다. 한 숨도 자지 못해, 피곤이 길게 늘어진 나와 다르게, 전 날 술에 잔득 취해있던 아내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아침부터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면서 나는 무슨 말인가를 건내려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새벽에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신세준이 놈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고 싶었지만, 결국 아침까지 참기로 마음먹고 단념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겠지. 나는 아내와 헤어지고 서둘러 신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엇. 선배님. 아침부터 왠일이세요?”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쩐지 신경질이 나는 건 내 쪽이었다. 하지만 나는 꾹 참고 무덤덤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어. 그. 혹시 어제 퇴근 후에 와이프랑 술 마셨어?”

-네? 과장님이랑요? 아닌데요? 저 어제 야근 때문에 11시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어요. 흐암 졸리다.

“....... 정말 이야?”

-엥? 제가 왜 그런 걸로 거짓말을 고하겠어요. 왜요? 과장님 어제 술 한 잔 하셨어요?

“어............ 어제 한 잔 하고 들어 왔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 그래서 어제 과장님이 계속 연락하신거구나.

“연락?”



녀석의 입에서 연락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나는 그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신세준이 아무 말도 없기에, 나는 아차 싶어 말을 이었다.



“무슨?”

-별건 아니구요. 어제 8시 부턴가? 대뜸 과장님이 전화 하셔서는, 계속 ‘끝났냐?’ 고 물어보시는 통에. 후우. 되게 주기적으로 전화 하셨어요, 어제. 전 계속 죄송해서 아직이요, 아직이요, 이 말만 되풀이하고.



난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게 짜증나는게,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물론 병신같고 또 등신같은 건, 결국 이 모든 걸 내가 자초했다는 사실을 내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결국.”

-네. 11시에도 전화하셔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정말, 어제 너~~~ 무 피곤했거든요. 그래서 너무 죄송하다고.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어제 되게 실망하시던 눈치던데. 혹시, 저 오늘 가서 또 까이는 거 아니겠죠?

[뚝]



나는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 씨발... 이 씨발!!!  이 씨발!!!!!







회사에 멍하니 앉아 전화기만 바라봤다. 혹시라도 아내에게서 전화가 올까 싶어서. 하지만 대조적으로 신세준에게 문자가 오면 어떻게 하나 하고 괜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정말 아무에게도. 내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회사에서 8시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음에도.







“늦었네?”



고작 그 한 마디였다. 10시쯤 집에 들어갔을 때, 미리 집에 들어와 있던 아내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세준아’라고 말해 주지 않은게 차라리 다행일까?



샤워실에 들어가 가만히 물줄기를 맞이하고 서 있었다. 눈을 감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고스란히 느꼈다. 애초에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내가 선택한 ‘쾌락’의 뒷면엔 ‘고통’이 감추어져 있었던 건 아닐까?



‘세준아.’



[퍽]



어젯밤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아내의 한 마디가 떠올랐을 때, 나는 있는 힘껏 욕실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이 아리다. 욱신거리고. 하지만 내 마음에 비할바가 있으랴. 나는 물을 잠그고 욕실을 빠져 나갔다.



어제처럼 아내와 나란히 침실에 누워 있었다. 아내는 내 옆에 누워 간단한 잡지를 읽고 있었다.



‘단순한 잠꼬대였을 수도 있잖아. 잠깐 취해서.’



그렇게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 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모든 게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갑이다. 너를 안을 때만큼은, 내가 갑이야.



“아.. 왜... 왜 이래..”

-가만히.. 있어봐.



나는 아내의 손에 들린 잡지를 뺏어서 방구석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아내의 목덜미를 덥썩 물었다. 손은 입고 있는 잠옷 안으로 밀어 넣고, 다리는 아내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어, 은밀한 부분에 밀착시켰다.



“하지마..”

-잠깐.. 있어봐. 괜찮잖아?

“괜찮긴.. 아.. 진짜. 쫌..”

-있어봐..



나는 애원하듯 아내에게 매달렸다. 꼴사납다. 하지만 안고 싶다. 내 자체를 이런 식으로 부정당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내의 목덜미에 침을 묻혀가며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발기한 내 물건이 아내의 허리춤에 가서 닿았을 때, 결국 아내가 있는 힘껏 나를 밀어내며 소리쳤다.



“왜 이래?"

-..........

“오늘 좀 이상하네?”

-내가 하자 그러면, 했잖아. 아니. 요새는 먼저 하자고 했을 때도 많았고.

“...... 오늘은 싫어. 안 해. 아 이상해. 빨리 ‘그거’ 가려.”

-그거?



나는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아내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아내가 가리키는 ‘그것’을 가리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기억에 없다.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땐, 내 오른손을 타고 얼얼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얼함을 천천히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내 눈앞에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기가 찬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아.. 이게 지금.



바지를 올려 입을 새도 없이,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건낼 틈도 없이, 아내는 그렇게 방을 빠져 나갔다. 얼이 빠져버린 나는, 한동안 그렇게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각방... 인가?’



결국 아내는 다시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는 반대로 방을 빠져 나가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불을 꺼버린 방에 벌러덩 누워 나는 아주 처음의 그 날처럼 천장을 바라봤다.



갑과 을의 관계. 요구. 부탁. 애원.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천장에 그려졌다가, 그대로 한 순간에 부~웅 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시 천천히 익숙한 몇 글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흐릿해진 눈을 손으로 비빈 후, 천천히 그것을 읽었다.



“면. 죄.... 부.”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내가 나에게 요구한 섹스는 결국, 나에 대한 면죄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병신같고 답답하고.. 이제야 내가 벌인 일련의 일들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엔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내와 내가, 아니. 결국은 나 혼자 벌인 일도 그 중 하나였다.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냥 조용히 방에서 있는 동안, 아내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와 전화기로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정말 최대한 집중해서 들어야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정신이 좀 들어?”



내가 6시 쯤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아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내가 먼저네. 그보다 정신이 드냐니. 난 혹시 꿈을 꿨던 걸까? 하지만 여전히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아내의 왼쪽 뺨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내에게 맘에도 없는 사과를 건냈다. 그리고 나는 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두 번째는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그러자 아내가 내 팔목을 살짝 감싸 쥐었다. 그리곤 또박 또박 말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눈이 침침해 진다. 빌어먹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세준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했다가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아내에게, 먼저 닦겠다고 말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눈을 비볐다.









“우리.....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차를 몰고 회사까지 가면서, 내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는 고작 저게 다였다. 나 나름대로는 몇 번이고 생각을 고치고 고친 끝에 나온 ‘깔끔한’ 한 마디였건만. 아내는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얼마안가, 겨우 ‘이해’ 했다는 듯, 조금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불.. 이었지? 아마?”



불이라.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쌩긋 웃었다. 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이, 거센 불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순간의 뜨거운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나저나, 요즘 이상하네? 정말 괜찮은거야?”



아내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상하다. 분명 말투는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은데, 표정은 웃고 있다. 아내의 표정에선, 지난 밤 있었던 –내가 아내의 뺨을 때렸던- 일 따윈, 이미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다행일까?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한 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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